11/04/2025
”복수의 자세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길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싸움에서 복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로부터 무사로서의 치욕이라며 경멸받은 일이 있었다. 복수를 하려면 단지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적에게 베이고 죽기까지 싸우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치욕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준비가 늦어지고, 상대가 다수라며 변명하며 시간을 끌다가 결국에는 ”그만두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상대가 몇 천 명이라도 상관없다. 한 명씩 모조리 베어버리겠다는 기세로 달려든다면, 그것만으로 복수의 의도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대체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아코 낭사의 복수는 센가쿠지(泉岳寺)에서 할복하지 않은 것이 실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주군이 죽고 적을 처단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만약 그 기간에 기라 요시히사(吉良殿)가 병으로 죽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급 지방의 사람들은 잔머리를 잘 굴려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일은 능숙하지만, 나가사키 싸움처럼 무모한 행동은 하지 못한다.
또한 소가 형제의 복수도 많은 세월이 걸렸다. 가와즈 주로스케나리(河津十郎祐成)가 예상치 못한 실패를 한 것은 불운이었다. 그러나 이때 고로(五郎)의 말은 매우 훌륭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비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이것 또한 무사도로서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미리 충분히 생각을 다듬어 두지 않으면, 막상 중요한 순간에 판단을 잃게 되어 치욕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는 것도 바로 그때의 결단을 내리기 위한 준비다. 특히 무사도는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각오를 가지고, 아침저녁으로 항목을 세워 생각을 다듬어야 한다.
승부는 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치욕을 당하지 않는 행동 방식은 또 다른 문제다. 죽을 각오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설령 그 자리에서 패배하더라도, 곧바로 복수하면 된다. 복수를 하는 데에는 지혜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강한 자라 불리는 사람은 승패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외모나 체면을 신경 쓰지 않으며 오로지 죽음을 향해 돌진한다. 거기에서 진정한 자신이 되살아난다.
적을 베겠다고 각오를 다졌다면, 잠시라도 망설이며 바로 행동하지 않고 ”이 방법이 잘못될 수도 있으니 돌아가는 길을 택하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대부분의 경우 행동에 옮기지 못하게 된다. 무사도는 경솔할 정도로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기상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가와카미무라(川上村)의 실소인(実相院)에서 법회가 열리던 날, 배 안에서 그 사람의 소년 시종이 술에 취해 배사공과 다투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시종은 칼을 뽑아 들고 덤벼들려 했지만, 사공이 먼저 노로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때 주위에 있던 다른 사공들도 노를 들고 몰려와 ”때려눕혀라!“라며 덤벼들었다. 그런데 그 주인은 그 광경을 보고도 모른 척 지나쳐 갔다.
결국 주인을 따르던 또 다른 시종이 어쩔 수 없이 혼자 돌아가 사공들에게 사과하고, 여러모로 달래며 술에 취한 시종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그 술 취한 시종은 칼을 빼앗기고 낭인이 되라는 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주인 된 자는 우선 배 안에서 술 취한 시종을 꾸짖고, 사공을 달래야 했다. 그리고 비록 이쪽에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무사가 머리를 맞았다는 것만으로도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사과를 핑계 삼아 상대에게 다가가 사공을 베어버리고, 동시에 술 취한 시종까지 베어버리는 것이 진정한 주인의 행동이다. 이 주인은 참으로 믿음직스럽지 못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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