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2025
미지의 땅, 신장 여행기 이제 중국이란 책을 직접 꺼내 읽어야 할 때
대학 시절 중문학을 전공한 뒤 교환학생, 직장 생활까지 합쳐 10년 넘게 중국에 머물렀다. 그동안 중국 곳곳을 여행했지만, 가장 자주 발길이 닿은 곳은 단연 신장위구르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 우루무치(烏魯木齊)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떠난 첫 여행지가 신장이었고, 이후 신장 출신 남편과 결혼하면서 여러 차례 다시 찾았다. 웬만한 신장 음식을 맛봤고, 위구르어로 간단한 인사도 할 수 있을 만큼, 신장은 내게 제2의 고향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 되었다.
올여름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다시 신장을 찾았다. 중국 여행이 세 번째인 아버지는 어디를 가든 호기심 어린 질문이 끊이지 않는 분이신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행에 앞서 예습을 해온다고 하셨다. 물론 아버지의 열정에는 진심으로 감탄했으나, 사실 마음 한편에는 ‘그래도 신장은 내가 더 잘 안다’는 오만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길 위에서 내 하찮은 자만심은 금세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아러타이(阿勒泰) 지역을 여행하던 중, 푸른 초원 위로 점점이 흩어져 있던 하얀 집이 멍구(蒙古)족이 사는 게르(Ger)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카자흐족이 사는 위(Üy)였다. 나처럼 모르는 눈으로 보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카자흐족에게 위(Üy)는 게르(Ger)와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그렇게 계절에 따라 여름 목장과 겨울 목장을 오가며 살아가는 유목민의 생활에 대해 듣고, 카자흐식 나이차(奶茶)와 밀가루 튀김 바우르삭, 말고기 순대 마창즈(馬腸子)등 그들의 음식을 맛보면서 책에서만 보던 카자흐족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그제야 문득 생각이 났다. 아러타이는 이리(伊犁)의 관할 하에 있고 이리의 정식 명칭은 ‘이리카자흐자치주(伊犁哈薩克自治州)’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신장에서 카자흐족이 위구르족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소수민족이라는 점이 새삼 상기되었다. 머릿속에 관념적으로 굳어 있던 개념이 새롭게 와닿은 순간이었다.
신장의 자연도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흔히 신장하면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을 떠올리지만 두쿠(獨庫)공로를 지나며 본 신장의 실제 모습은 설산, 초원, 숲, 호수, 협곡을 아우르는 거대한 지리 박물관에 가까웠다. 특히 카나스(喀納斯) 풍경구에서 본 신비로운 옥색 물빛 외에도 엄청난 수량(水量)에 감탄했는데 한국이 강과 저수지 등 지표수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신장은 이렇게 아러타이산(阿勒泰山), 톈산(天山), 쿤룬산(昆崙山) 등 고산지대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주요 수원이었다. 창장(長江), 황허(黃河), 주장(珠江) 등 중국의 큰 강들은 태평양으로 흘러감에 반해, 중국에서 유일하게 북극해로 흘러간다는 어얼치스허(額爾齊斯河)의 존재 역시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이렇듯 이번 여정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익숙함의 틀 안에 갇혀 있었는지 일깨워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여러 차례 다녀왔다는 익숙함에 기대 새로운 시선을 놓친 나와 달리, 초심자의 눈으로 임한 아버지는 여행 내내 놀라운 발견을 이어가셨다. 그 결과, 중국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낸 나보다도 더 많은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고 돌아가셨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대상을 마주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아버지를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요즘 한국 사회의 대중적 인식은 그와는 사뭇 다른 듯하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은 둘째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반중’으로 기울어 있는 분위기가 농후하다. 실제로 동아시아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6.3%가 중국에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으며, 특히 20대의 비호감 비율은 80%에 달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철수와 사업 축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민간 교류가 위축된 가운데, 일부 미디어를 통해 단편적인 이미지에만 의존하게 된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중국은 제목만 익숙하고 정작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책일지도 모른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문화적으로도 수많은 공통점을 지닌 익숙한 나라지만, 동시에 너무나 광대한 탓에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나라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호오(好惡)를 재단하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다행히 최근 무비자 제도가 확대되는 등 중국 방문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필자가 수차례 찾은 신장에서 신장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듯, 독자들도 직접 발걸음을 옮겨 오래된 이웃 나라 중국이라는 책을 새롭게 펼쳐보기를 권한다. 중요한 것은 ‘이미 다 안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일이다. 책장에 오래 꽂아만 두었던 책을 펼쳐 들고 예기치 않게 마주하는 문장이 영감을 주듯,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 이웃나라 중국은 분명 새로운 깨달음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글/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