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2022
- 물구나무를 통해 살펴 본 인간의 욕망
과거 초보시절, 내가 목표로 하는 자세로 물구나무를 할 수 있게 되면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물구나무를 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위치에서 되돌아보면, 그 상상은 망상이었다.
10년의 장기적 시계열에서 봤을 때, 나의 체조 인생 4년차까지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수개월에서 1년 정도만 열심히 해도 다들 하는 머슬업 조차 나에게는 해결이 되지 않는 동작이었다. 제대로 된 운동의 베이스가 없었고, 지식도 없었으며 자료조차 찾기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것도 상당한 패널티였다.
미국 쪽 출처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떠도는 자료에 의존하며 할로우 바디와 같은 기초 훈련에만 매진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줄 알았다.
4년차가 지나면서 조금씩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머슬업과 자유 물구나무에 성공했던 때도 4년차가 지나면서 부터다. 방법을 몰라, 기초 훈련으로 4년의 시간을 보낸 것이 반드시 손해는 아니었다. 맨땅에 헤딩만 하던 4년의 시간은, 나에게 일반인을 가르치는 것에 있어 큰 자산이 됐으니까. 4년 동안,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실패 과정을 모조리 겪어 봤기 때문이다. 5년차부터 본격적으로 어떻게 하면 목표점까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알던 시기이다.
자유물구나무는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첫 성공을 한 시점과 그것을 어느 정도 자유자재로 설 줄 아는 것은 아주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것을 잘 안다. 나는 5-7년차 까지는 자유자재로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자유물구나무의 성공확률을 올리는 것에 깊은 고민을 하던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결국 연습과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어찌 됐든, 나는 처음의 상상과 다르게 자유물구나무를 설 줄 알았지만, 재미는커녕 물구나무를 서지 못 할 때보다 더 큰 고뇌와 좌절만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처음으로 자유물구나무 1분 버티기에 성공을 했다. 그리고 현재는 큰 기복 없이 자유물구나무를 선다. 발 몇 번만 (5번 이내) 차보면서 감각을 잡으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초보시절 생각했을 때처럼 현재는 자유자재로 물구나무를 설 수 있으니 이 동작이 재미가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1분 버티기를 성공한 이후로 물구나무에 대한 흥미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요즘은 가끔 생각날 때만 준비운동으로 자유물구나무를 한다.
물구나무의 성취를 통해 내 자신을 되돌아 본 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행위는 행복 그 자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것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동력원일 뿐, 현재 상태의 만족이나 행복을 유지하도록 하지 못한다.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 한 이후엔 두 가지의 결과 값만을 가진다. 더 큰 욕망을 실현하려고 하거나 허무함을 느끼거나.
그렇다면 만족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것은 내가 욕망하는 것의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욕망을 절제하는 것과는 다르다. 욕망의 절제는 내가 욕망하는 것을 안정적으로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다.) 즉, 현재의 만족을 위해서는 욕망을 포기해야한다. 더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것은(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스스로 발전하고자 함을 의미하며, 만족하고자 하는 것은 더 이상의 발전을 포기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욕망함과 만족함은 서로 반대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만족할 것인가 욕망할 것인가?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은 끝없이 욕망해야 한다.
지금 그대로의 내가 아름답고 멋진 것이 아니라, 인간은 더욱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거듭나는 것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음으로써 멋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젊음은 끝없이 욕망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에게 만족해야 할 순간이 필연적으로 올 것이다.
그러나 아직 나는 어떤 것도 만족할 수 없다.
#핸드스탠드 #물구나무